[발행인 칼럼] 설날, 떡국 한 그릇에 담긴 의미

보령인터넷뉴스 | 기사입력 2026/02/13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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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설날, 떡국 한 그릇에 담긴 의미
 
보령인터넷뉴스   기사입력  2026/02/13 [04:14]

설날은 단순히 음력 1월 1일이라는 날짜를 넘어,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입니다. ‘설’이라는 말에는 ‘낯설다’, ‘삼가다’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새해라는 낯선 시간을 맞으며 마음을 새롭게 하고, 몸과 말가짐을 조심하던 데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조상들은 이날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며 가족과 이웃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떡국 한 그릇에 “한 살 더 먹는다”는 의미를 담고, 윷놀이 한 판에 공동체의 웃음을 얹었습니다. 설은 그렇게 가족과 공동체를 다시 묶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설 풍경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고향 가는 길의 설렘보다 치솟는 물가가 먼저 떠오르고, 덕담보다 대출 상환일이 더 또렷이 다가옵니다. 차례상 비용은 부담이 되고, 세뱃돈 봉투는 고민이 됩니다. 명절은 기쁨이지만 동시에 서민들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설은 단지 조상을 기리는 날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설은 우리 사회가 서로에게 묻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함께 잘 살고 있는가?” “누군가는 너무 힘들지 않은가?” 하고 말입니다. 새해 덕담이 공허한 인사가 되지 않으려면,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사회적 배려와 정책, 그리고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예로부터 설에는 빚 독촉을 멈추고,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었다고 합니다. 새 출발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늘의 우리도 그런 지혜를 되살려야 하지 않을까요. 자영업자의 가게에 손님이 조금 더 늘고, 청년의 통장에 희망이 조금 더 쌓이며, 부모 세대의 한숨이 조금 더 옅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설은 새로운 달력을 넘기는 날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다짐하는 날입니다. 올해의 떡국 한 그릇에는 단지 나이만이 아니라, 서로의 안녕과 더 나은 내일에 대한 약속이 함께 담기기를 소망합니다. 새해에는 덕담이 현실이 되는 사회, 땀의 가치가 존중받는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설을 지켜온 이유일 것입니다.

 

발행인

박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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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2/13 [04:14]   ⓒ b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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