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촌, 하지만 여전히 꽃은 핀다

보령인터넷뉴스/청금(충남도민리포터) | 기사입력 2013/06/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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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촌, 하지만 여전히 꽃은 핀다
 
보령인터넷뉴스/청금(충남도민리포터)   기사입력  2013/06/24 [10:33]




아침에 일어나 바라본 창 밖은 온통 회색빛이다. 내가 좋아하는 하늘.
'글루미 선데이' 음율이 들리는듯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또 설렌다. 그래서 떠났다. 이런 날씨와 너무나 잘어울리는 곳으로...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선입견처럼 가지고 있는 '폐광촌'의 어두운 이미지에 
날씨까지 분위기를 더해 저절로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카메라만 비에 젖지 않게 감싸고 성주 8리 화장골길로 들어서니
탄광사업이 황금기였을 시절을 상징하는듯한 김용.
황혜진 작 <광부의 미소> 가 방문객을 맞아준다.


 





충남 최고의 탄광촌이었던 성주면.
채탄 작업이 한창이던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이곳 충남 보령시 성주면 성주 8리는 광부들의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활기찬 마을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탄광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사람이 떠나면서 이내 '탄광마을'은 '폐광마을'이 되었다.


 




1980년대 초까지는 75개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 가족과 상인 등 8천800여명이 거주했으나 석탄 채굴이 마무리되면서 현재는 2천800여명만 살고 있다.
그나마도 이들 대부분이 진폐증 환자이거나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홀로 사는 노인들이다. 젊은이는 떠나고 빈집은 늘어만 가기에 침체되어 있던 마을에
2011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성주8리 화장골길 주변에 벽화, 조각, 조형물 등의 15개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한 것이다.

이를 통해 성주8리가 기존 폐광촌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문화적 활기와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다.



 



마을 쉼터에 설치된 안치수 작 '성주리가족-폐탄조형물'



 




 




폐광마을에 다시 활기가 돌기를 염원하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
 





 

 

 




설치미술 작품을 둘러보고 난 후,
마을 어르신께 부탁드려 성주8리 마을회관 옥상으로 올라가서 주변의 경관을 찍었다.
석탄산업이 활발했을 무렵, 광부들이 거주하던 사택은
슬레이트 지붕이 얹혀진 길죽한 모양인데 세월이 지나 쉽게 쪼개지는
슬레이트 지붕을 거두고 개량한 것이 파란색의 양철지붕이다.
회관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수 십 채의 사택이 줄지어 위치하고 있으니
번영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았는지 짐작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떠나고 반은 비워진 집이라고 한다.



 



시간이 멈춘듯 느껴지는 성주 8리.






골목을 걸으며 많은 꽃들을 보았다.
빈 집도 많지만 사람이 사는 집은 표식처럼 식물이 심겨져 푸르름을 더하고 있었다.


 



담 위에도 꽃잔치가 열렸다.

저 작은 화분에서 어떻게 저런 탐스러운 꽃이 피어나는 것일까.
어떻게 주렁주렁 고추가 달리고 토마토가 맺히는 것일까.
예전의 영화로움은 찾아 볼 수 없지만 폐광마을 성주8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생명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문화예술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외부 예술팀의 손길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청춘을 보낸 마을을 지키며 작은 꽃 한 송이도
정성으로 키우시는 어르신들이 계시기 때문에
성주 8리는 꽃피는 탄광마을로 매일매일 살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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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6/24 [10:33]   ⓒ b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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