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시화지문

박종철기자 | 기사입력 2016/08/19 [20:23]
시사칼럼/기획 > 시사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자수첩] 구시화지문
 
박종철기자   기사입력  2016/08/19 [20:23]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요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다
閉口深藏舌(폐구심장설)/입을 굳게 다물고 혀를 깊이 감추면
安身處處牢(안신처처우)/어디를 가나 몸이 편안하리라.
 
중국 당나라 재상 풍도(馮道)가 중국 이십오사(二十五史) 중의 하나인 ‘전당서(全唐書)’의 설시편(舌詩編)에 남긴 말이다. 재상 풍도(馮道)는 ‘오조 팔성 십일군(五朝 八姓 十一君)’ 즉, 다섯 왕조에 걸쳐 여덟 개의 성을 가진 열한 명의 임금을 섬긴 처세의 달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풍도가 남긴 이 문장은 쓸데없는 말을 함부로 하면 큰일을 그르치기 쉬우니 항상 입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말과 “밤 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는 말은 말에는 결코 비밀이 없다는 뜻이다.
 
조선 영조 때의 가인(歌人) 남파(南波)김천택이 역대 시조를 수집해 펴낸 최초의 시조집 ‘청구영언(靑丘永言)’에도 말에 대한 작자미상의 시조가 올라 있다.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을 말을 것이  
남의 말 내하면 남도 내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음이 좋왜라.
 
내가 남의 말을 하니, 남도 내 말을 한다. 말이 말을 낳아 말 때문에 말이 많으니 말을 말아야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있다. 
 
‘보령인터넷뉴스’는 지난 5일자 [기자수첩]을 통해 ‘보령시 의회의 ‘공’과 ‘그늘’ 이란 제목아래 보령시 의회 의원들의 ‘잘 한일’과 ‘입조심’의 필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의회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이 여과 없이 외부로 새어 나가 화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과, 특정 의원의 ‘공사수주’는 의원들의 품위를 저해 할 수 있다는 간접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 12일자 [기자수첩]에는 보령시 의회 ‘윤리특위’ 외면이란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같은 기사가 보도되자 모 의원은 사석에서 [기자수첩]을 쓴 해당 기자를 도마에 올리고 욕설과 함께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의 부끄러운 행적에 대해서는 입을 꼭 다문 채 [기자수첩]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면서 필자의 신상을 털었다고 알려진다. 함부로 내 뱉는 말 한마디가 화의 근원이 되고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진리를 그 사이 잊은 모양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6/08/19 [20:23]   ⓒ brenews.co.kr
 
  • 도배방지 이미지

시사칼럼/기획 많이 본 기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