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地選후보들 '모두네탓'..'내가적임자'

박종철 | 기사입력 2014/03/28 [08:13]
시사칼럼/기획 > 시사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자수첩]地選후보들 '모두네탓'..'내가적임자'
 
박종철   기사입력  2014/03/28 [08:13]
오는 6. 4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들이 대부분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보령시장 선거 5명, 보령시의회의원 선거 30명, 충남도의회의원 선거 8명 등 모두 43명이다. 그동안 몇 차례 고배를 마신 후보, 새로운 정치문화를 실현하겠다는 후보, 우월주의와 환상에 빠진 후보, 정당에 자신을 맡긴 후보, 당선만을 목적으로 하는 후보 등 이들의 평가도 다양하다. 권력과 명예를 좇는 후보도 눈에 띈다. 이들에 대한 검증은 유권자 몫이지만 후보들의 출마선언문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후보들이 하나 같이 제도권정치인을 헐뜯으면서 ‘지역발전 둔화’를 운운하고 있다는 점이며, 자신만이 ‘보령발전의 적임자’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선거 때만 되면 언제나 고개를 드는 단골 메뉴지만 특정 후보 캠프에서는 이미 ‘보령시 조직개편 및 정책보좌관’까지 내정했다는 소문이다. 여기에 후보들이 내 건 대부분의 공약도 지나치게 표를 의식,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동일 후보는 “보령시와 인접해 있는 지역들은 하나같이 도청이전, 고속도로 개통, 기업유치 등으로 활력이 넘치고 있는데 유독 우리 보령만은 몇 년 째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시민들은 이런 암울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답답함으로 울분을 토하고 있으며,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민선 5기 이시우 시장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김후보는 지난 1월27일 보령시청 기자실에서 이 같은 발언과 함께 공약을 발표했다. 실천과제를 살펴보면 ▲전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도시건설 ▲해양레포츠(관광) 유치 ▲대중국교역 전진기지 및 환 황해권 중심도시로의 관광 인프라 구축 ▲민원처리단축 ▲녹색성장산업 및 농어업 꿈 실현 ▲부자농어촌건설 ▲고품격도시건설 ▲문화예술로 행복한 복지도시 지향 등이다. 김후보가 제시한 공약이 모두 완료되면 보령은 대한민국 명품도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4년 임기동안 이 같은 약속을 지키는 게 가능할 것인지 점검해 볼 일이다.

엄승용 후보는 2월12일 “중앙정당의 하수인이 되지 않겠다”며 “유엔과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을 해 봤고 영국에서 박사학위도 받았다”고 자평했다. 물위를 가르는 튼튼한 선박의 선장이 되겠다는 공학적인 표현도 아끼지 않았다. 행시출신으로 청와대 등 중앙부처에서 일했던 경험을 장점으로 제시했다. 출마선언에서 당시 이시우시장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다. 그러나 엄후보는 “보령은 지역정치 대립으로 사회가 분열돼 있고 피서지문화와 한탕주의 등으로 사회 환경이 피폐해졌다”며 “120년 전 백성이 노도와 같은 물결을 이루어 부패와 무능을 심판했듯이, 이제는 우리가 국민을 우롱하는 기득권 정치인들을 심판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 보령은 피폐해 있지 않으며, 사회가 분열돼 있다면 그것은 정치꾼들이 만든 것이기에 정치권이 풀어야 할 과제다. 자신은 정치인이 아닌 것처럼 한 발 빼는 모습은 결코 정의롭다고 볼 수 없다. 그는 ▲보령에 맞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청소년 미래 프로젝트 개발 ▲노년이 두렵지 않은 사회기반 구축 ▲공직자 사기 진작 등을 약속했다.

김기호 후보는 2월21일 “지난 10 여 년간 보령을 위한 일꾼이 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과 연구에 충실했다. 보령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살아왔다”며 “정체된 보령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판을 확 바꾸어 보령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인가 하는 중대한 기로에 보령시민들이 서 있다”고 강조했다. 김후보는 이날 지역특성을 고려한 대학유치가 절실하다는 논리까지 폈으나 10 여 년간의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이시우 시장의 출마를 충동질하는 세력이 있다”고 언급, 당시 이시장 측근들이 발끈했으며 “출마여부는 본인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주변사람들이 이왈저왈 할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후보는 ▲혁신적인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 ▲서해안 중심의 해양대학 설립 ▲기업유치로 5천개 일자리 창출 등 큰 틀에서의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박익규 후보는 지난 12일 “인구가 감소 할 대로 감소해 급기야 10만5천으로 떨어졌고 지역경제는 나날이 어려워져 생활조차 하기 힘든 현실을 맞이했다”며 “천혜의 관광자원은 자랑거리지만 관광 상품으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 보령은 특정의 두 사람과 그 특정의 두 세력이 독과점을 형성해 왔다. 이 두 사람의 겉과 속에 보령의 현실이 존재 한다”고 주장했다. 박후보는 또 “가장 젊은 시장후보인 저 박익규가 보령시장이 되는 것, 그 자체로도 우리 보령은 역동적인 변화의 시작으로 보아야 한다”며 “시도의원과 역대 시장이 이루지 못한 새로운 기업유치에 열과 성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박후보 역시 ‘신준희-이시우’를 겨냥한 셈이다. 그러나 이 두 정치인이 무엇을 어떻게 잘못해 보령발전이 둔화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정치펀드’를 선보인 최초의 인물이다. 박후보는 ▲복지‧교육시장 ▲일자리창출 ▲관광 개발을 위한 민관합작 특수목적법인 설립 ▲시민공동체 의식 함양 ▲도로망 확충 ▲부정부패척결 등의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이시우 후보는 지난 20일 상대후보들의 이 같은 주장에 “4년 임기동안 848억 원의 부채를 상환했고 63개의 우량기업을 유치, 보령시가 ‘2014 전국 고용률’ 2위를 차지했다”며 “현재 북부 농공(산업)단지가 완전 분양되는 등 남부산업단지를 추가로 개발 중에 있다”고 역공을 폈다. “글로벌 관광기업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SOC 기반 구축에 박차를 가했으며, 대해로 확장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부채 상환에 역점을 두겠다는 이후보는 “국도 77호 해저터널 공사와 국도 21호 확ㆍ포장 공사도 시행중에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보령-안면도 해저터널, 국도 21호 확포장 사업은 민선5기 보령시정과 크게 관련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후보는 ▲2016년까지 완전 부채 상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보호‧지원책 마련 ▲재래시장 현대화사업 추진 및 대형 주차타워 건설 ▲시 소유 장옥 활용방안 용역 계획수립 ▲도시가스, 광역상수도 현재 대비 30% 확충 및 중앙도서관 건립 ▲어르신보청기, 치아치료, 보행 보조기구 등의 지원을 약속했다.

우리의 지방 정치문화는 애경사집에서부터 싹을 틔우는 이상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누가 행사장을 더 많이 방문했느냐에 따라 인기가 갈린다. 참으로 초라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이 모두 우리가 만든 산물이다. 그러다 보니 덕목을 갖춘 사회 원로나 제대로 된 인격의 소유자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 때에 따라 공천권자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하고, 능력보다 당에 대한 충성심이 먼저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정치권이 이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니며,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도 더러 있다. 다만 평상시 내 집 앞 청소 한 번 않는 사람들이 선거 때만 되면 온통 나라걱정으로 목에 핏발을 세우고 있으니 그것이 모순이란 얘기다. 또한 지역발전 후퇴가 역대 시장을 비롯해 시도의원이나 국회의원에게 있었다면 일찍이 그들에 대해 불신임을 묻는 등의 용기를 발휘했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말만 앞세웠을 뿐 시‧의정토론회 한번 제안한 사실이 없다. 그러면서 오늘도 ‘내가 적임자’라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4/03/28 [08:13]   ⓒ brenews.co.kr
 
  • 도배방지 이미지

시사칼럼/기획 많이 본 기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