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박종철기자 | 기사입력 2008/12/0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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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박종철기자   기사입력  2008/12/08 [08:10]

 

김장김치가 불우이웃에게 전달됐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는 계절이다. 부유치 못한 집 부엌에서 안방을 뜨겁게 달궈 줄 생각에 시린 손을 놀리지 않고 연탄을 배달하는 자원봉사자의 모습이 정겹다.

살기가 무척 힘들다고들 하지만 연말연시만 되면 풋풋한 정이 살아나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이 같은 풍경은 자원봉사자 스스로가 한푼 두푼 정성을 모은 것으로 그 어느 독지가의 성금 보다 더욱 값지다.

시 본청이나 읍면동에서 매일 배포되는 많은 보도자료 중 ‘불우이웃돕기’ 행사내용이 정겹기만 한 것이 이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하고 같이 사는 사회라고 하지만 정치, 사회, 교육, 등 문화적 요소를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정치권과 재계에서 썩은 비린내가 진동하기 시작하면 기본이 억 단위다. 돈을 주었다는 사람은 있어도 돈을 받았다는 정치인은 없다. 조사가 시작되면 늘 ‘정치후원금’ 내지는 ‘차용금’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결국 쇠고랑을 차는 모습에 우리는 혀를 찬다. 흔히 이를 두고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花無十日紅)이라고 말한다.

‘엎질러진 물’에 대한 유래는 내조 없이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 제나라 태공 망여상은 젊은시절 독서만하고 지냈다. 아내 마씨는 그것이 보기 싫어 친정으로 돌아갔다. 세월이 흐른 뒤 망여상이 입신양명 하여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아내 마씨는 망여상에게 다시 본인과 살기를 애원했다.

이 때 망여상은 말없이 그릇에 담긴 물을 뜨락에 쏟아버리며 “저 물을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마씨가 대답을 못하자 망여상은 “엎질러진 물을 그릇에 담을 수 없듯이 너와도 다시 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내조를 잘 한 아내 덕에 전국시대 제나라 재상까지 올랐다는 ‘안영재상’과 내조를 제대로 못해 낭패를 본 망여상의 부인 마씨의 삶에 대한 유래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있을 때 잘 좀 하지”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러나 말과 같이 뜻대로 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 못 한다”고 말한다.

자원봉사자들의 해맑은 웃음처럼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십자가를 한번쯤 내려놓고 마음을 비워 보자. 그리고 나눔의 기지개를 펴 보자. “무엇인가를 받을 때” 보다 “무엇인가를 줄 때”의 기쁨이 더 크게 느껴 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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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2/08 [08:10]   ⓒ b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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