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법 쿠데타를 반대한다

김대호/사회디자인 연구소장 | 기사입력 2011/10/26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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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법 쿠데타를 반대한다
 
김대호/사회디자인 연구소장   기사입력  2011/10/26 [05:54]

10월 18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심우용 부장판사)는 트위터를 통해 제19대 총선에서 낙선시켜야 할 국회의원의 명단을 게시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모(41)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송씨의 죄목은 “불법 사전선거운동”인데, 핵심은 지난 5월 트위터를 통해 한나라당 국회의원 19명을 ‘낙선운동 대상자 명단’이라며 게시한 것이다.
 
결론부터 먼저 말한다.
트위터를 통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린 이번 판결은 국민의 기본권을 포괄적으로 옥죄는 공포의 비상계엄령이다. “돈은 묶고 말은 풀라”는 선거의 기본 상식에 대한 폭력이다. 총과 탱크 대신에 법봉을 동원한 쿠데타다. 피와 땀과 눈물로 쟁취한 자랑스러운 민주공화국에 대한 도전이다.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포괄적으로 금지한, “이 따위 선거법”을 아직도 개정하지 않아 선관위, 검사, 판사 등이 주인인 “사법관료 공화국”으로 만들어버린 국회의원들의 행위는 엉성하기 짝이 없는 5.16 쿠데타를 방조한 장면-윤보선의 어리석고, 무책임한 행위를 빼 박았다. 국회는 선거법을 개정하여 법봉을 든 자들의 국민 기본권 유린 행위를 진압하라!
 
신문에 보도된 재판부의 상식이하의 판결문의 주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트위터는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불특정•다수인에게 의견이나 생각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단순한 의사 표시의 수단으로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정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낙선운동 대상자’로 지목해 해당 선거구를 적시하면서 일부에 대해서는 비하하거나 인신공격적인 문구까지 추가한 것은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이 인정되는 능동적•계획적 행위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
 
“일반 유권자에게도 선거운동 기간 전후를 불문하고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을 허용한다면 선거가 조기에 과열돼 인신공격과 비방이 난무할 수 있다”
 
"후보자나 출마 준비자가 인터넷을 통해 상시적인 선거운동을 하는데도 일반 유권자가 할 수 없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트위터를 이용해 약 1만4000명이 넘는 불특정•다수인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책임이 결코 가볍다고는 할 수 없으나, 범행이 선거 약 11개월 이전에 행해졌고 실제 선거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

 
 
사전선거운동 금지라는 괴물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대선 23일, 총선 및 지방선거 14일)외에는 선거운동을 금하고 있다. 이 짧은 기간 외에 선거운동을 하면 선거운동기간위반죄(제254조)로 처벌을 받는다. 선거운동은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정치적 자유의 상당 부분을 포괄하고 있다. 정책과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지지나 반대는 선거운동과 구분이 모호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인 행위로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해야 할 어떤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현행 선거법은 선거가 가까워지면, 마치 비상계엄령처럼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전방위적으로 억누른다. 선거일 전 180일부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를 포괄적으로 더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그러므로 송씨는 선거 11개월 전이니까 100만원 벌금형이지, 지금 했으면 더 가혹한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공정이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짓밟다
 
돈은 막고, 말은 푸는 것이 민주국가 선거의 대원칙인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선거 과열 방지’와 ‘공정 선거’의 이름으로 돈이 거의 들지 않는 ‘電氣通信의 방법’ 즉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도 틀어막고 있다. [제109조(서신·전보 등에 의한 선거운동의 금지)] 또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집회나 모임들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제103조(각종집회 등의 제한)]
 
바로 이 선거법의 이름으로 선관위는 작년 말에 행해진 “야권단일정당을 만들어내야만 2012년에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고 민주진보정부를 세울 수 있다”라는 ‘국민의 명령’ 대표 문성근 씨의 연설과 “2012년 바꿉시다!”라는 차량에 부착된 표어를 사전선거운동 위반이라고 경고하였다. 또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는 선거 기간 전에 ‘4대강살리기사업’ 및 ‘무상급식’과 관련하여 시민단체들이 내건 현수막과 배지 등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제90조 위반)로 금하였다. 선거 쟁점에 찬성·반대하는 내용의 인쇄물을 배부·게시하거나 신문·방송·인터넷 등에 광고하는 것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제93조 위반)로 금하였다. 선거 기간 중에 선거구민을 상대로 선거 쟁점 관련 가두 서명 운동도 (제109조 위반)으로 금하였다. ‘국민의 명령’ 사례에서 보았듯이 선거기간 前에는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집회는 대체로 사전선거운동으로 금하며, 선거 기간 中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제103조 위반)로 금한다. 한마디로 공직 후보들이 허용된 선거 운동 기간 중에 열심히 떠드는 것과 언론들이 제멋대로 편파, 왜곡 보도하는 것 조용히 지켜보다가 투표장에 나가 투표만 하라는 것이다. 이 따위 민주주의가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애매모호한 금지 규정 위에서 자라나는 비선출권력의 힘
 
현행 선거법은 정치적 기본권을 지나치게 억압한다는 비판을 의식하여 선거운동을 정의한 제58조에 단서 조항(제1항)을 두어,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의 개진 및 의사의 표시”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통상적인 정당 활동과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였다. 그러나 무엇이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 및 의사 표시”인지, 금지되는 선거운동과 허용되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을 어떻게 구분할지 일반 국민들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는 오직 선관위와 법원이 독점적으로 해석한다. 무릇 규칙이 애매모호하면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고발권이나 처벌권을 쥔 선관위, 검찰, 법원이라는 관료 권력의 재량이 커지게 되어 있다. 이들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가 휘둘리게 되어 있다.
 
예컨대 선관위는 4·27 재보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재한 부재자 투표 안내광고를 사전 선거운동 혐의가 있다며 내릴 것을 명령하였다. 선관위는 “정당의 명칭이 포함된 인터넷 배너 광고는 공직선거법 93조 위반”이라 하였고, 민주당은 “정당법 37조 2항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활동”이라고 항변했다. 인터넷 포털이 누구 말을 따르겠는가? 국민의 기본권은 시장이 아니라, 선관위와 법원으로 넘어갔다.
 
 
30%의 책임 vs. 70%의 책임
 
선관위의 수없는 가위질과 대못질의 핵심 근거는, 다른 사람도 아닌 현역 의원들이 비현역 경쟁자들의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속박하기 위해 만든 공직선거법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다. 지난 4월12일 삼척시 선관위는 바로 이 조항과 기회만 있으면 권한을 끊임없이 확대하려는 관료적 관성을 발동시켜, 또 유력 정당으로부터 직무유기(불법선거운동 단속 업무 태만) 시비도 피하기 위해 ‘국민의명령’에 공문을 보내 활동 중지를 명령했다. “선거가 시작된 시기에 강원도 내 각 시-군에서 야권통합을 촉구하거나 특정 정당에 소속돼 있는 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는 선거법에 위반된다”면서.
 
이렇듯 과거 총칼을 휘두르던 독재 권력과의 피어린 투쟁을 통해 쟁취한 대한민국의 정치적 자유와 선거 정의는, 이제 선관위 등 비선출 관료 권력이 휘두르는 가위와 방망이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법과 법원의 판결이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에 부합하는지를 엄밀히 따져야 할 헌재마저도 ‘선거의 공정성’, ‘돈 안 드는 선거’ ‘과열・혼탁하지 않는 선거’라는 애매모호한 가치에 사로잡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지금 대한민국은 상시적 선관위 계엄령 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계엄령은 유력한 제도권 정당은 대충 비켜가지만, 간혹 유력 정당의 활동에 대해서조차도 가위질과 대못질을 하곤 한다. 하지만, 주로는 비정당 시민사회와 인터넷 공간을 억압한다.
 
그 단초가 이번 판결이다. 5.16 쿠데타 세력들이 처음에는 광화문, 국회의사당, 방송국, 한강다리만 점령했다. 하지만 시나브로 점령 영역을 넓혀 결국에는 뒷골목 막걸리집까지 마수를 뻗쳐 온 국민의 사고와 감정을 조작하고 끝내 스스로 알아서 기게 했다. 그처럼,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한 금지규정으로 점철된 기형 선거법에 기대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쥐락펴락하며 자신의 ‘나와바리’ 확대를 도모하는 사법관료 세력들은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표현과 행동을 ‘과열, 혼탁, 비방, 인신공격’이라며 법봉으로 마구 두들겨패면서, 끝내 모든 네티즌들로 하여금 선거 비상계엄령 공포에 눌려 스스로 입을 닫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이번 판결을, 법봉을 앞세운 쿠데타라는 것이다. 민주공화국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선관위가 보살펴야 할 바보인가?
 
선거운동 기간, 주체, 수단·방법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심우용부장판사의 판결문--선거 조기 과열 방지, 인신공격, 비방 방지--대로 금권, 과열, 혼탁 선거를 방지하여, 선거의 비용(후유증)을 줄이고,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함일 것이다. 물론 금권 선거 방지에 대해 뭐라 할 사람은 없다. 이건 선관위와 사법부의 공적이다. 그러나 반칙이 없다면 왜 과열이 문제인가? 도대체 무엇이 혼탁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공정인가? 백 보 양보하여 혼탁과 불공정이 다소 문제라 할지라도 국민들의 알권리와 표현·집회·결사의 자유라는 상위 가치 위에 ‘선거 조기 과열 방지’와 ‘후보자들 간 공정 경쟁’이라는 하위 가치가 올라가서야 되겠는가? 우리 국민들은 선관위와 법원이 무수한 가위질과 대못질로 정보 편식을 해소해 줘야만 균형잡힌 판단을 할 수 있는 그런 바보들이 아니다. 금권 선거는 과감히 고발하고, 인신 공격과 비방 등 혼탁과 돈과 매체를 동원한 불공정은 표로써 심판할 수 있는 시민적 소양이 있다. 
 
촘촘하면서도 모호한 금지 규정과 수많은 예외로 점철된 현행 선거법에는 신민(臣民)의 정치적 자유를 불온, 불안하게 바라보던 일제 시대 선거법의 정신이 저변에 흐르고 있다. 동시에 유력 정당들과 현역 의원들의 정치적 기득권 과보호, 잠재적 경쟁자 발목잡기, 시민의 단순 구경꾼화(정치 참여 배제) 정신도 흐르고 있다. 그러므로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쥐락펴락하고, 선거 정의를 위협하는 선관위와 법원은 독재권력이 만든 것이 아니라, 유력 정당과 현역 의원들이 만든 것이다. 선관위와 법원은 단지 관료적으로, 대체로 보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집행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 비해 훨씬 나은 민주주의를 가져온 선거 관련 규제를 한꺼번에 풀 수는 없다. 돈, 관권, 흑색선전, 야당 탄압이 난무하고, 시민사회의 자율적 정화 기능이 작동하지 않던 시대가 그리 먼 과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에만 있는 선거운동 기간 제한
 
선거운동 주체와 수단·방법에 대한 규제는 주로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국한되며, 선거비용 보전(선거공영제)의 토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에 대한 규제는 짧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날을 대상으로 하기에 정치적 자유를 폭넓게 옭아맨다.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의 권리를 억압하여, 공정의 이름으로 오히려 심각한 불공정 경쟁을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국민 주권을 선관위와 법원에 헌납한다. 그래서 선거운동 기간 제한은 선진국 중에서 오직 일본과 한국에만 있다. 이것은 심히 부당하다.
 
선관위는 2004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조항을 편협하게 해석하여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과오를 거울로 삼아, 상식과 헌법적 가치에 부합되게 법을 해석하고 집행해야 한다. 헌재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보루가 되어야 한다. 국회는 상식과 헌법적 가치에 부합되게 선거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선거운동 곧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는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상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정책과 정당에 대한 반대와 지지는 기간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당과 시민사회 간의 정치적 자유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 관료의 자의적 해석 여지가 너무 큰, 모호하면서도 포괄적인 금지 규정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돈은 막고 말은 풀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선거 정의를 세워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10.18 사법 쿠데타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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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선거정의네트워크 실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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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0/26 [05:54]   ⓒ b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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