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통의 군주 세종과 김동일시장

박종철기자 | 기사입력 2016/04/2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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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통의 군주 세종과 김동일시장
 
박종철기자   기사입력  2016/04/29 [06:07]

조선 4대 왕인 세종은 늘 약자의 고통을 들어주고 그들을 보살피고자 노력했다. 그의 정치철학도 ‘위민’과 ‘애민’이었으니 백성을 얼마나 위하고자 노력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세종은 군주의 권위를 내려놓고 모든 사람들과 격의 없이 소통함으로서 민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파악했으며,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했다.
 
크고 작은 일도 혼자 결정하지 않고 공론화해 일반백성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깊이 생각하고 의논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숙의 정치를 실천했다. 지금도 그에 대한 역사는 ‘백성의 여론을 중시한 소통의 군주’로 기록돼 있다.
 
세종이 이처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그의 진정한 소통과 지혜, 꾸밈없는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세종을 훌륭하게 보필한 학자들과 신하들의 노력을 간과 할 수 없다. 물론 그것도 세종이 신료들의 보필을 수용할만한 인격과 능력을 겸비했기에 가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그를 둘러 싼 측근들을 생각하면 꿈같은 얘기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취임하던 해 ‘화상경마장’유치라는 카드를 꺼내 지식층과 사회단체는 물론이고 학부모, 교사 등 많은 시민들이 경악했다. 충분한 여론 수렴에 앞서 사업을 밀어 붙이자 반대의 목소리가 보령지역을 뒤덮었고, 그에 따른 경제적 정신적 손실은 숫자로 계산하지 못할 만큼 팽창했다. 당시 보령시는 금방이라도 화상경마장을 유치해 주민소득을 높일 것처럼 부산을 떨었으나 이제는 한국마사회의 눈치나 살피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리고 이번에 또 ‘스포츠파크’ 조성 사업을 도마에 올렸다. 보령시의 계획에 따르면 총 면적 32만 8624㎡에 축구장 6면, 야구장 2면, 하프 돔 2개, 유도장, 인라인스케이트, 씨름장, 족구장 등 경기장과 클럽하우스, 주차장, 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소요예산은 아직 정확하게 산출된 게 없지만 줄잡아 4-5백억을 넘어 설 것이란 관측이다.
 
문제는 조성비뿐만 아니라 운영관리 시스템에 따른 막대한 예산과 수익 구조다. 자족적 기능을 갖추지 못한 인구 10만의 보령시가 끌어안고 가기에는 스포츠파크의 몸집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대천해수욕장에 대규모 호텔이 들어서지 못하고, 레저산업을 주도하는 유명기업들이 보령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도 인구밀도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김 시장은 이 같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화상경마장에 이어 이번에도 스포츠파크 조성사업을 강행할 기세다. 화상경마장과 스포츠파크가 보령지역과 거리가 멀다는 대다수 시민과 직원들의 우려는 그에게 기우일 뿐이다. 이 모두 ‘예’와 ‘아니오’를 정확하게 고하는 직원보다 ‘잘하고 있다’고 거드는 직원과 측근이 더 많기 때문이다. 550여 년 전, 백성과의 소통의 정치로 많은 업적을 남긴 세종과 그를 보필한 신료들이 더욱 존경스러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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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4/29 [06:07]   ⓒ b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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