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열광'의 그늘

박종철기자 | 기사입력 2016/06/03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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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열광'의 그늘
 
박종철기자   기사입력  2016/06/03 [07:46]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해 쉽게 매료되고 쉽게 빠져든다. 늘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고 그 매력에 열광한다. 그러나 매료되고 열광한 만큼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더 많으며 짧은 기간에 느낀 매력이나 흥미꺼리 일수록 실망도 크고 빨리 잊게 된다.
 
연예계나 문화·예술 분야도 그렇고 정치·사회분야도 그렇다. 우리 사회는 얼마 전 남녀노소를 비롯해 동서양에 이르기까지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매료돼 열광했다. 온라인 매체를 통해 많은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야말로 ‘싸이’는 세계적인 싱어로 거듭났다. 하지만 ‘강남 스타일’은 이제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고 그만큼 간사하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일명 ‘5공 청문회’를 통해 정치스타로 성장했다. 여당의원들의 감싸기와 전두환을 비롯한 증인을 매섭게 질타하며 청문회를 이끌자 국민들이 열광했다. 이후 청문회 스타로 이름을 날리면서 전국을 돌며 시국 강연회를 가졌고, 그의 거침없는 말솜씨는 당시 민주인사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우리 곁을 떠났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조·중·동’을 등에 업고 노무현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규정하며 이명박이 17대 대선후보에 오르자 보수들이 열광했다. 대통령에 당선되자 이명박 정권과 여당은 날치기로 미디어법을 통과시켜 오늘날 저질 ‘종편’을 생산했으며, 대한민국 역사에 가장 큰 토목공사로 기록될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은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고 이명박은 환경파괴자로 공분을 사고 있다.
 
박근혜를 향한 열광도 대단했다. 그러나 취임 초부터 불통인사로 대다수 국민들이 혀를 내둘렀다. 윤창중 대변인이 성추문 사건으로 나라망신을 시켰고, 김용준·안대희·문창극 등은 총리 후보 검증과정에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완구는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돼 63일 만에 총리직에서 중도 하차했다. 공약은 줄줄이 깨졌거나 후퇴했고, 국가부채와 가게부채,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하자 대다수 국민들은 그를 반기며 열광했다. 새누리당은 자당의 대선 후보라도 된 듯이 기뻐했고, 야당은 긴장했다. 그러나 열광의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반 총장이 국내 정치에 입문해 ‘친박’이나 일삼는 볼 폼 없는 집단과 손을 잡는다면 그에 대한 열광의 결과는 초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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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6/03 [07:46]   ⓒ br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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